건강노트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면, 기억력 진료에서는 무엇을 물을까요?

2026 · 09 · 23상무병원 편집실감수 김세열 원장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면, 기억력 진료에서는 무엇을 물을까요?

사람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고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잊기도 하고, 방금 벗어 둔 안경을 한참 찾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몇 번 겹치면 혹시 치매는 아닐까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기억력 진료에서는 이런 걱정을 들고 온 분께 몇 가지를 차례로 묻습니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예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기억에 영향을 줄 만한 약이나 건강 문제가 있는지입니다.

깜빡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곧 치매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이름이나 단어가 늦게 떠오르는 일도 흔해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억 변화를 나이 탓으로 넘길 수도 없습니다. 진료에서 오가는 질문들은 대부분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가끔 잊는 것과 생활이 달라지는 것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나이와 관련된 흔한 변화의 예로 가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 매달 내는 요금을 한 번쯤 놓치는 것,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었다가 나중에 기억해 내는 것, 쓰려던 단어가 가끔 떠오르지 않는 것, 물건을 이따금 잃어버리는 것을 듭니다. 반면 판단 실수가 잦아지고, 매달 돌아오는 요금 관리를 계속 어려워하고, 날짜나 계절을 놓치고, 대화를 이어 가기 힘들어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 뒤 찾지 못하는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는 변화로 따로 구분합니다(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두 목록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입니다. 한 번 잊는지 계속 잊는지, 나중에 스스로 떠올리는지 끝내 떠올리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일상이 흔들리는지입니다. 진료에서 묻는 질문도 이 차이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언제부터, 예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나요

먼저 변화가 언제 시작됐는지를 묻습니다. 몇 해에 걸쳐 조금씩 달라졌는지,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달라졌는지에 따라 살펴볼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가 새 약을 먹기 시작한 때, 몸이 크게 아팠던 때, 큰 스트레스를 겪은 때와 겹치는지도 함께 묻습니다.

이때 주로 견주어 보는 대상은 본인의 예전 모습입니다. 평소 수첩 없이도 일정을 챙기던 사람이 요즘 약속을 자주 놓친다면, 원래부터 메모에 의지하던 사람의 같은 행동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래서 "기억이 나빠졌다"는 한 문장보다, 예전에는 어땠고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듣는 데 시간을 씁니다.

일상에서 어려워진 일이 있나요

NIA는 가벼운 건망증을 넘어서는 기억 문제의 신호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 익숙한 곳에서 길을 잃는 것, 요리법이나 안내를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것, 시간·사람·장소에 대해 점점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 식사나 씻기를 챙기지 못하거나 안전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꼽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이 항목들은 모두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변화입니다. 기억이 흐려진 느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돈 관리나 길 찾기, 약 챙겨 먹기, 익숙한 집안일처럼 전에는 혼자 하던 일이 어려워졌는지는 판단을 크게 바꿉니다. 진료에서 은행 업무나 공과금 납부를 누가 하는지, 혼자 다니던 길을 지금도 다니는지, 가스 불이나 문단속은 어떤지를 묻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래보다 기억 문제가 더 많지만 일상생활은 스스로 해내는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부릅니다. NIA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기억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의 경과를 단정할 수는 없고, 생활 기능을 함께 봐야 지금의 상태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본인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곁에서 지켜본 가족이 더 정확히 기억하기도 합니다. 평소 모습을 아는 가족이 함께 오면 시작 시기나 구체적인 예를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먹고 있는 약과 다른 건강 상태도 묻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여도 원인이 뇌의 퇴행성 변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NIA는 기억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으로 약물 부작용, 비타민 B12 결핍, 만성적인 음주, 뇌의 종양이나 감염, 뇌 속 혈전, 일부 갑상선·신장·간 질환을 들고, 이 가운데 일부는 심각할 수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 같은 정서적 문제도 사람을 더 잘 잊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그래서 진료에서는 지금 먹고 있는 약을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처방약뿐 아니라 약국에서 산 약과 영양제까지 포함됩니다. 약 이름과 용량을 적어 오거나 약봉투를 그대로 가져오면 확인이 정확해집니다. 어떤 약이 기억 변화와 관련 있어 보이더라도 스스로 끊거나 양을 줄이지 말고, 그 약을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약마다 갑자기 멈췄을 때 생기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음주 습관, 최근의 입원이나 수술, 새로 진단받은 질환, 요즘의 기분 상태도 같은 이유로 묻습니다. 사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기억 변화의 원인을 좁혀 가는 데 필요한 정보입니다.

검사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 정합니다

기억력 진료라고 하면 정해진 검사를 모두 받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문진과 진찰에서 나온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나이와 관련된 흔한 변화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원인을 확인하거나 인지 기능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추가 검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의 자가 점검표나 앞에서 살펴본 구분은 진료를 받을지 고민할 때 참고할 수는 있어도 진단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진료 전에 몇 가지를 메모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변화를 처음 느낀 시기, 최근에 있었던 구체적인 예, 예전과 달리 어려워진 일, 복용 중인 약 목록, 최근의 건강 변화 정도면 됩니다. 기억이 흐려져 걱정인 상황에서 기억에만 의지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니, 적어 온 내용이 질문에 답하는 데 그대로 쓰입니다.

상무병원 신경과에서는 신경과 전문의 김지민 원장이 치매·기억장애클리닉을 진료 분야로 두고 있어, 건망증이 늘었다는 고민부터 일상 기능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은 흔합니다. 다만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거나, 익숙한 길에서 헤매거나, 돈 관리처럼 혼자 하던 일이 어려워졌다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기보다 원인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언제부터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활에서 어떤 일이 어려워졌는지,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를 묻고, 그 대답을 바탕으로 필요한 검사를 정합니다.

감수: 김세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