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할 때, 어떤 신호가 있으면 바로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한데, 점심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며칠 무리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 쉬면 나아질지, 지금 응급실에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답답함이 어떤 느낌인지, 어떤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가슴이 답답한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위식도 역류처럼 소화기에서 오기도 하고, 가슴벽 근육이나 폐, 불안과 긴장에서 오기도 하며, 심장에서 오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이 원인들을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맞히려 하기보다 응급 평가가 필요한 신호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심장에서 오는 경고는 심한 통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심장발작이라고 하면 가슴을 움켜쥐는 극심한 통증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국심장협회가 정리한 경고 신호에는 그보다 조용한 모습도 들어 있습니다. 가슴 한가운데의 불편감이 몇 분 넘게 이어지거나,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이 불편감은 아프다기보다 누르는 듯하거나, 쥐어짜는 듯하거나, 꽉 찬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가슴이 아닌 곳에서도 신호가 옵니다. 한쪽 또는 양쪽 팔, 등, 목, 턱, 명치 쪽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가슴 불편감이 있든 없든 숨이 차는 것도 경고 신호에 들어가고, 식은땀이 나거나 메스껍거나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함께 올 수도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여성도 남성처럼 가슴 통증이나 불편감이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숨참,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이나 턱의 통증 같은 다른 증상을 겪는 경우가 남성보다 다소 많다고 설명합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이 신호들을 보면 가슴 답답함을 체기나 피로로 여기기 쉬운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명치가 더부룩하고 메스꺼우면 체한 것 같고, 숨이 차고 식은땀이 나면 몸살 기운처럼 느껴집니다. 하나씩 떼어 보면 흔한 불편과 비슷하지만, 가슴을 누르는 듯한 불편감과 함께 나타난다면 체기나 피로로 넘기지 않고 응급 평가가 필요한 신호로 봅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예약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가슴을 누르거나 조이는 듯한 불편감이 몇 분 넘게 이어지거나 가라앉았다가 다시 오면, 다른 증상이 없어도 외래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전에는 없던 느낌이거나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때는 더 그렇습니다. 숨참이나 식은땀, 메스꺼움, 어지러움, 팔·등·목·턱의 불편감이 함께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막히면 그 부분의 근육이 산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막힌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상이 커질 수 있습니다. 외래 진료와 검사는 예약된 일정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 진행되고 있을지 모르는 문제를 확인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다만 이 신호들로 스스로 심근경색인지 아닌지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신호가 있다고 심근경색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몇 가지가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슴 불편의 원인이 심장인지는 응급 평가를 거쳐 의료진이 확인합니다. 집에서는 위험할 수 있는 신호를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까지 하면 됩니다.
직접 병원에 가기보다 119를 부르는 이유
구급차를 부르기가 망설여져 직접 운전해 병원에 가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응급 신호가 있다면 119에 연락하세요.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이런 신호가 있을 때 응급서비스에 바로 연락하도록 권합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상무병원 응급실은 휴일 없이 24시간 응급환자를 접수합니다(응급실 전화 062-600-7119). 다만 가슴 불편감에 위험 신호가 함께 있는 상황이라면 병원에 전화해 상태를 묻기보다 119에 먼저 연락합니다.
구급대원이나 응급실 의료진에게는 언제부터 어떤 느낌이었는지, 쉬면 나아지는지, 전에도 비슷한 적이 있었는지, 평소 앓는 병과 복용 중인 약이 무엇인지 알려 주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복용 중인 약은 증상이 있다고 임의로 더 먹거나 끊지 말고,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대로 알려 주세요. 약을 어떻게 할지는 의료진이 상태를 보고 안내합니다.
애매할 때, 그리고 이미 가라앉았을 때
증상이 이렇게 분명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한데 다른 신호는 뚜렷하지 않아서 응급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 괜찮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119에 전화해 지금 상태를 설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증상이 한동안 있다가 가라앉아 지금은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슴 압박감이 몇 분 넘게 이어졌거나 되풀이됐다면, 지금 나아졌어도 119에 연락해 신속히 평가받아야 합니다. 숨참이나 식은땀 같은 경고 신호가 함께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급한 상황이 지나면 원인을 확인합니다
응급 상황이 안정되면 가슴 답답함의 원인을 찾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의료진은 증상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고 얼마나 이어졌는지, 무엇을 할 때 심해지고 무엇으로 나아졌는지부터 묻습니다. 여기에 진찰 소견과 심전도, 혈액검사 같은 결과를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검사 하나의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심전도가 한 번 정상으로 나왔다고 심장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증상과 시간 경과에 따라 검사를 다시 하거나 다른 검사를 더하기도 합니다. 어떤 검사를 언제, 몇 번 할지는 환자마다 다르게 정해집니다.
상무병원 내과 진료 범위에는 심장초음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장초음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언제 할지는 앞선 평가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판단하며, 그 결과도 증상과 진찰 소견,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맞춰 보며 원인을 좁혀 갑니다.
가슴이 답답할 때 원인을 집에서 가려낼 필요는 없습니다. 가슴을 누르는 듯한 불편감이 몇 분 넘게 이어지거나 다시 돌아올 때, 숨참이나 식은땀, 메스꺼움, 어지러움, 팔·등·목·턱의 불편감이 함께 있을 때는 예약을 기다리지 않고 119에 연락합니다. 나중에 원인이 심장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런 신호가 있을 때 서둘러 도움을 청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 아닙니다.
감수 김세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