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노트

소변검사에서 피가 보였다면, 어떤 원인부터 확인할까요?

2026 · 09 · 26상무병원 편집실감수 김세열 원장
소변검사에서 피가 보였다면, 어떤 원인부터 확인할까요?

건강검진 결과지의 소변검사 칸에 '잠혈 양성'이나 '혈뇨'라고 적혀 있으면 걱정이 앞섭니다. 소변 색은 평소와 같았는데 피가 나왔다고 하니 무엇부터 봐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소변에 피가 섞이는 원인은 잠깐 지나가는 일부터 치료가 필요한 콩팥·방광 질환까지 다양해서, 원인은 하나씩 순서대로 가려 갑니다. 눈에 보이는 혈뇨였는지, 다시 검사해도 나오는지, 함께 있는 증상과 병력은 무엇인지를 차례로 보고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검사인지를 정합니다.

눈에 보이는 혈뇨, 검사로만 보이는 혈뇨

혈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소변이 분홍색이나 붉은색, 콜라색처럼 눈으로 봐도 달라 보이는 경우를 육안적 혈뇨라고 하고, 색은 정상인데 검사에서만 적혈구가 확인되는 경우를 현미경적 혈뇨라고 합니다. 적은 양의 피로도 소변 색은 바뀔 수 있고, 현미경으로 봐야만 보이는 양이라면 본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DDK).

검진 결과지의 '잠혈'은 대개 소변에 검사지를 담가 색 변화를 보는 막대 검사 결과입니다. 잠혈 양성만으로 현미경적 혈뇨라고 확정하지는 않고, 소변 속 적혈구를 현미경 검사로 확인합니다. 결과지에 잠혈만 표시돼 있다면 진료에서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붉은 소변이 모두 피는 아닙니다

소변 색이 달라졌을 때는 먼저 그 색이 정말 피 때문인지 가립니다. 비트 같은 일부 음식이나 특정 약은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소변을 붉게 만들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MedlinePlus). 그래서 색만 보고 혈뇨라고 단정하지 않고, 소변검사로 적혈구가 있는지 봅니다.

검사에서 피가 확인되더라도 그 피가 곧바로 콩팥이나 방광에서 나왔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생리 기간에 소변을 받으면 생리혈이 섞여 양성으로 나올 수 있고, 강도 높은 운동 뒤에 일시적으로 혈뇨가 보이기도 합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DDK). 검사 무렵 생리 중이었거나 전날 격한 운동을 했다면 진료 때 알려 주세요. 결과를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조건을 바꿔 다시 검사하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시 확인해도 피가 나온다면

일시적인 요인을 걸러 낸 뒤에도 혈뇨가 이어지면 요로 어딘가에서 피가 나오고 있을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요로는 콩팥에서 만든 소변이 요관을 지나 방광에 모였다가 요도로 나가는 길 전체를 말합니다.

NIDDK가 설명하는 혈뇨의 원인에는 방광이나 콩팥의 감염, 콩팥·방광 결석, 전립선 비대, 사구체신염 같은 콩팥 질환, 외상, 그리고 방광·콩팥·전립선의 암이 있습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이나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 등 일부 약도 혈뇨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DDK).

이 목록에서 암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 목록에 있다는 것과 혈뇨가 곧 암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원인을 가리려면 나이, 증상, 병력, 검사 결과를 함께 봐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더 필요한 검사가 달라집니다.

증상도 단서가 됩니다. 소변 볼 때 따갑거나 자주 마려우면 감염을, 옆구리나 아랫배로 뻗치는 통증이 있으면 결석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다 본 뒤에도 남은 느낌이 드는 남성이라면 전립선 문제를 함께 살핍니다. 다만 증상만으로 원인을 정할 수는 없고, 아무 증상이 없는 혈뇨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에서 확인하는 것과 이어지는 검사

NIDDK는 혈뇨 평가가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소변검사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합니다. 상황에 따라 혈액검사, 영상검사, 방광내시경, 콩팥 조직검사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DDK).

문진에서는 대략 이런 내용을 묻습니다.

  • 소변 색이 눈에 띄게 변한 적이 있는지, 핏덩어리가 보였는지
  • 소변 볼 때 통증, 잦은 소변, 발열, 옆구리 통증이 있었는지
  • 검사 무렵 생리 중이었는지, 강도 높은 운동을 했는지
  • 지금 먹고 있는 약, 특히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이나 진통제
  • 결석이나 콩팥 질환 같은 과거력과 가족력

소변검사를 다시 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처음 결과가 일시적이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적혈구 말고도 단백이나 백혈구, 세균 같은 다른 이상이 함께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단백이 함께 나오면 콩팥 자체의 질환을, 백혈구나 세균이 보이면 감염을 더 살펴보는 식으로 다음 단계가 나뉩니다.

CT나 방광내시경은 이런 확인을 거친 뒤 필요할 때 고르는 검사입니다. 혈뇨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CT를 찍거나 방광내시경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감염을 치료한 뒤에도 혈뇨가 남아 있거나, 눈에 보이는 혈뇨가 있었거나, 나이와 병력을 고려했을 때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영상검사나 방광내시경을 검토합니다. 어떤 검사를 언제 할지는 진료 의사가 앞선 결과를 보고 정합니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먹고 있다면 진료 때 약 이름을 꼭 알려 주세요. 이런 약이 출혈을 쉽게 만들 수는 있지만, 소변에 피가 보인다고 약을 스스로 끊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을 계속 먹을지, 조정할지는 처방한 의료진과 혈뇨를 평가하는 의료진에게 본인 상황에 맞게 확인해야 합니다. 또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혈뇨를 약 탓으로 정리하지 않고, 다른 원인이 함께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소변 색이 멀쩡하면 괜찮은 걸까요

현미경적 혈뇨는 본인이 느끼는 변화가 없어서 그냥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변 색이 정상이라는 사실이 원인이 없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증상 없이 검사에서만 잡힌 혈뇨라도 다시 검사했을 때 이어지는지는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재검에서 나오지 않으면 일시적인 요인이었을 가능성을 두고 이후 검진에서 다시 보기도 하고, 계속 나오면 원인을 찾는 검사로 넘어갑니다.

눈에 보이는 혈뇨는 한 번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졌더라도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핏덩어리가 나오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고열이나 심한 옆구리 통증이 함께 있을 때는 미루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상무병원 비뇨기과에서 잠혈·혈뇨 소견이나 소변 색 변화로 진료를 받을 때는 검진 결과지와 복용 중인 약 목록을 함께 가져가면 문진에서 필요한 내용을 전하기 수월합니다.

소변검사에서 피가 보였다는 결과 하나만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먼저 피가 맞는지와 일시적인 요인이 있었는지를 가리고, 다시 검사해도 나오는지 확인한 뒤, 증상과 병력, 소변검사의 다른 소견을 보고 필요한 검사를 정합니다.

감수: 김세열 원장